10대들의 자기소개서가 된 인스타그램
처음 만나는 사람과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게 이상하게 들린다면, 당신은 Z 세대일 확률이 높다. "인스타그램 QR 찍어줘~"라는 말이 더 친숙한 Z세대, 이들에게 처음 만난 친구의 전화번호는 중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사람과 친해질지 말지를 결정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통한다. Z세대에게 있어 인스타그램은 일상을 공유하는 SNS을 넘어 나를 소개하는 수단이자 '인친'과 함께 하는 놀이터이다.
# 인스타 스토리 ‘무물(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최근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스토리를 통해 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일종의 Q&A인 '무물'이 인기이다. 이 무물은 직접 질문을 던지는 1세대 형태에서 질문지에서 이미 설정된 번호만 고르면 되는 2세대 형태까지 발전되었다. 특이한 점은 질문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의 개수가 무려 100개 정도 된다는 점. ‘고민하는 널 위해 준비했어. 이 중에서 골라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골라서 물어보세요’로 진화한 무물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여기서 고를 수 있는 질문을 많이 제공할수록 일명 '잘 노는 친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 ‘에스크(ask)’ 링크 달기
'무물' 트렌드와 함께 인스타그램 본인 계정에 에스크 링크를 올리고 공유하는 것도 인기이다. 에스크는 2010년 페이스북과 함께 등장한 ‘질의응답’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 익명이나 실명으로 질문을 남길 수 있다. 페이지의 주인은 원하는 질문에 답을 달고, 문답을 추려 자신만의 페이지를 완성해 나간다. 그럴듯한 문답들로 잘 포장한 에스크는 본인을 인스타그램과 본인을 한층 더 ‘힙’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에스크 링크 달기’는 이제 10대들의 기본 공식이 된 지 오래이다.
# 온라인 ‘롤링 페이퍼’ 만들기
최근에는 ‘온라인 롤링 페이퍼’ 링크 달기가 핫하다. 에스크와 마찬가지로 익명이나 실명으로 메시지를 남길 수 있고 ‘무물’이나 ‘에스크’보다 더 Z 세대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스꾸(스티커 꾸미기)와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이어, 폰꾸(핸드폰 꾸미기)까지.. ‘꾸미기’ 코드는 Z 세대에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로서, 롤링페이퍼 서비스의 경우 메모지의 스타일이나 색상, 글씨체를 고를 수 있고 스티커도 붙여 페이지를 꾸밀 수 있다. 인친들의 정성스러운 메시지와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 나를 더 그럴듯하게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든든한 링크가 등장한 것이다.
도대체 이들 Z세대는 왜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진심이고, 자기소개서를 못 남겨서 난리인 걸까?
'방구석 인플루언서'인 Z세대, 나의 '힙 지수'는?
Z세대에게 있어 ‘무물’, ‘에스크’, ‘롤링 페이퍼 만들기’는 모두 인친과의 놀이인 동시에, 사소한 정보와 못다 한 이야기를 표현하는 명함이자 일종의 자기소개서이다. 물론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어느 SNS 건, 어느 시대건 있었다. 싸이월드 방명록, 다이어리.. 페이스북 타임라인 꾸미기.. 인스타 피드 맞추기..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방법이 변화하긴 했지만 요즘 10대들의 ‘자기소개서’는 예전과 조금 다른 면이 보인다.
Z세대에게 있어 SNS의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알리는 것보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인스타 스토리를 꽉꽉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프로필에 각종 링크까지.. 질문과 각종 메시지로 도배를 해야 만족하는 10대들. 이들에게 있어, 인스타그램의 자기소개서는 나의 ‘인싸력’을 자랑하고, 인기를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 용인 것이다.
타고나기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Z세대는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태어났고, 그렇게 행동한다. SNS 안에서 그들은 스스로 유명인이다. 팔로우가 많고 적고는 중요하지 않으며, 팔로우가 두 자리여도 #협찬문의 #협찬환영 태그를 달 정도로 태연함을 갖추고 있다. 연예인이 아님에도 ‘온라인 팬미팅’ 수단으로 ‘라방(라이브 방송)’을 사용하며, 이벤트를 열어 당첨자에게 기프티콘이나 애장품을 보내주기까지 한다. 인플루언서보다 더 인플루언서블해진 Z세대는 나의 매력을 알리고 남의 관심을 즐기는 태생이 인플루언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방구석 인플루언서'를 활용하기 위해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제 Z세대를 타겟팅하는 브랜드들 중에서는 이들의 '힙 부심'을 자극한 마케팅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많다.
콘텐츠를 뿌려주고, 판을 만들어주다.
# ‘나의 꽃은 작약, 나의 스낵은 매운 새우깡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카톡으로 링크가 울린다. 나와 어울리는 ‘간식’을 매칭 해주는 ‘스낵으로 보는 SPTI’, ‘호구력’을 동물로 설명해주는 ‘호구 성향 테스트’, 나의 성향을 꽃으로 매칭 해주는 ‘나의 꽃 찾기 테스트' 등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이러한 테스트는 모두 MBTI를 베이스로 한 일종의 테스트이다. 나의 성향을 하나의 단어로 압축해서 표현해주는 게 특징인데, 재미있게도 이들 테스트의 결과는 Z세대들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힙함을 표현해주는 요소로 소비되고 있다. 물론 이들 테스트의 대부분은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마케팅 수단이다. 상업적인 광고에 반감을 표하는 Z세대들에게 모델을 기용해 억대의 광고비를 쏟는 것보다 ‘더 재밌고, 더 심플하고, 더 힙하게’ 프로필을 꾸밀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훨씬 더 광고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말하기 입 아플 정도이다.
# Z세대들을 위한 오디션, 스타일쉐어
1020 패션을 선도하는 서비스이자 Z세대 필수 앱인 스타일쉐어. 이들이 치열한 1020 패션 시장에서 Z세대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쉐러'들의 인플루언서 화이다. 스타일쉐어는 이용자들을 '스쉐러'라고 칭하며 커뮤니티형 쇼핑몰을 지향한다. 그 안의 '스쉐러' 속 세상에서는 늘 새로운 10대 인플루언서가 탄생한다. 이러한 심리를 굉장히 잘 반영한 프로젝트가 바로 "#너다움을응원해"라는 '스타일 공유 캠페인'이다. 본인만의 스타일링을 사이트에 올린 '스쉐러'를 선발해 지원금과 화보 촬영의 기회를 주는데, 이는 또래들 사이에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는 Z세대의 특성을 아주 잘 간파한 마케팅이다. 스타일쉐어는 자신들의 자사 브랜드인 ‘어스(US)’ 또한 기획부터 제작, 홍보, 모델까지 브랜딩 전 과정을 스쉐러들이 결정하게 만들어, 관심을 즐기고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Z세대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었다. 본인을 마음껏 뽐내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것, 그것이 바로 Z세대와 함께 하는 스타일쉐어의 성공 방정식이다.
Z세대를 타겟팅하는 브랜드들은 이미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인플루언서 만들기 대작전'에 함께하며 은근히 브랜드를 알리는데 힘 쏟고 있다. 그들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장식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뽐내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놀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배려의 아이콘인 Z세대, 선을 지키는 마케팅이 중요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들 Z세대가 가진 본질적인 특성 중 하나인 "배려"이다. 온라인 상에서 본인을 뽐내고 자랑하는 것을 즐기는 Z세대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이들은 꽤나 상냥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어느 세대보다 조심스럽고 상대방을 끔찍이 배려한다. 본인이 올린 게시물이 길어 지루함을 주거나 귀찮은 행동으로 부담을 주는 것을 절대 금기시하며, 너무 자주 글을 올려 피드를 더럽히는 행동조차 배려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발견 즉시 바삭(바로 삭제) 대상이며, '무물’에 ‘미리 준비된 100개의 질문지’를 올려 무엇이든 고를 수 있도록 만들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채널이 인기인 이유도 모두 인친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그들의 ‘배려’에서 나온 특성이다. 일명 ‘배빼시’(배려 빼면 시체)라는 별명이 나올 정도로 배려에 예민한 Z세대이기에, 이들을 타겟팅하는 '방구석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고민 중이라면 정도를 지켜주는 선을 꼭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지공장의 한 줄 평
'내가 바로 우리동네 유명인!'.. 방구석 인플루언서'의 등장.
그들을 더 알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인스타그램 프로필 링크부터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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