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버랜드가 꿈꾸는 동물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를 꿈꾸다
요즘 세대불문 무조건 통하는 게 있다면 국민 판다로 등극한 푸바오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일명 푸공주, 뚠빵이라 불리며, 수많은 랜선 이모, 삼촌들의 사랑 속에 매일매일 푸바오 신드롬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당근 마켓과 콜라보로 진행된 푸바오 매니저 알바 이벤트에는 지원자가 1만 3000명이나 몰렸고, 아이돌만 받는 줄 알았던 ‘지하철 생일 광고’도 팬들이 직접 돈을 모아 걸어주었다. 몇 달 전 태어난 푸바오 ‘쌍둥이 동생 이름 공모전’에는 무려 7일 만에 3만 건이 응모가 될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푸바오 가족은 가장 사랑받는 존재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푸바오. 그 매력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1.푸바오, 국민 판다가 될 상인가? 베이비페이스
푸바오를 보자마자 나오는 첫말. 바로 ’귀여워 ㅠㅠ’이다. 실제로 멸종 위기인 판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단지 귀엽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이다. 동글동글하고 뚠뚠한 몸매와 아기 같은 눈코입, 그리고 느리고 때로는 멍청해 보이는 움직임까지, 아이 같은 얼굴과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원래부터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은 광고계에서 3B의 법칙으로 불리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본적인 본능 요소로 꼽힌다. 특히, 야생 동물 중에서 판다처럼 성장 후에도 아기의 외모를 그대로 간직한 경우는 드문 케이스로 이러한 특징이 푸바오를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 국민 판다로 등극시키는 요소가 된 것이다.
2.할아버지와 손주, 피노키오 세계관
하지만 베이비페이스만으로 푸바오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푸바오 인기에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사육사들과의 관계성과 세계관 때문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일명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가 판다들을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대하는 진심 어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뭉클함을 느꼈고, 이런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사육사들과 판다들 사이에 특별한 관계성이 만들어졌다. 사육사들과 판다들 사이에, 일명 ‘바오 가족’이 탄생한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리얼 스토리에서 탄생한 진정성 있는 세계관은 수많은 팬들을 양산했고, 그 세계관 안에서 사람들은 헤어 나오지 못하고 또 다른 콘텐츠를 양산시킨다.
3.공동육아 판다 트루먼쇼, 성장 서사
그리고 이 세계관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성장 서사’가 푸바오의 인기에 정점을 찍어준다. 푸바오는 이른바 현대판 트루먼쇼처럼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성장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었다. 처음 방사장에 나간 날, 나무 타기에 실패한 모습 등 푸바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팬들은 마치 랜선 공동육아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실제로 성장 서사는 아이돌 서바이벌이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팬덤을 만드는데 중요한 요소로 증명되었다.
완벽한 IP 마케팅 교과서, 푸바오
푸바오, 그냥 귀여워서 인기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푸바오의 사례는 최근 마케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모두 담겨있다. 판다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귀여운 ‘캐릭터성’, 사육사와의 관계성과 리얼 ‘세계관’, 그리고 랜선 공동육아를 가능하게 하는 ‘성장 서사’의 공통점, 바로 모범적인 IP 마케팅의 사례이다. 캐릭터나 콘텐츠 IP를 통해 그 세계관에 사람들을 몰입시켜 소비나 팬덤을 만들어내는 마케팅은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방법으로,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강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푸바오는 위에 이야기한 3가지 요소를 통해 IP 마케팅을 위한 기본 스토리를 탄탄하게 갖추면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콘텐츠 유통과 팬들과의 소통으로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실제로 푸바오가 에버랜드에서 시도한 첫 IP는 아니다. 이전에도 사자와 호랑이 사이 태어난 라이거의 탄생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적도 있고, 손오공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캐릭터성이 확실하고 희귀한 황금원숭이 새끼를 크게 홍보한 적도 있다. 하지만 푸바오가 기존 IP 마케팅과 다르게 성공할 수 있었던 점은 바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똑똑한 변화를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콘텐츠 융단폭격, 떡밥 콘텐츠로 입덕 제조기가 되다
판다는 에버랜드에서 손꼽히는 비싼 콘텐츠이다. 중국이 판다를 대여하는 형식으로 에버랜드는 매년 판다 한 쌍 기준 100만 달러(약 10억 원)를 보호 기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매년 억대 비용이 들어가는 판다 부부에게서 생겨난 아기 판다는 어떡해서든 관람객을 모아야 하는 메가 콘텐츠인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관람객들이 크게 줄어들면서 에버랜드 입장에서는 큰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고, 이런 위기를 벗어나고자 선택한 홍보 채널이 바로 유튜브이다.
큰 광고 비용이 들어가는 TV 광고나 옥외광고 대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관람객들은 특정한 날 방문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지 24시간 판다를 볼 수 있게 되었고, 에버랜드는 전 세계 다양한 예비 판다 팬들과 좀 더 긴밀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푸바오의 경우 TV 동물농장의 유튜브 채널인 ‘애니멀봐’, ‘에버랜드 공식 채널’, 에버랜드 동물 전용 채널인 '말하는 동물원 뿌빠TV’까지 공식적으로만 총 3개의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자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이런 풍부한 영상 콘텐츠는 팬들을 통해 다시 틱톡, 릴스 등 숏폼 콘텐츠로 재생산되며 알고리즘에 의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하급수적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푸바오에 입덕하게 되는 영상이 계속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팬층은 더 늘어나게 되었고, 탄탄한 팬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팬덤과 덕질로 완성되는 팬 생태계
그리고 이런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들을 통해 만들어진 팬덤과 덕질 현상은 푸바오가 이전 에버랜드의 동물 IP와 차별화되는 가장 큰 결과를 가져왔다. 덕질과 덕후는 더 이상 매니아들이 즐기는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덕질은 곧 취향의 몰입이며 행복한 삶과 즐거움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다. 덕질은 곧 팬덤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사회 현상이자 소비가 이루어지는 큰 비즈니스 시장이다. 에버랜드 판다월드에는 마치 아이돌 콘서트 현장처럼 대포 카메라로 푸바오 모습을 빠짐없이 촬영하는 팬이 있으며, SNS에는 팬 계정이 넘쳐난다. 굿즈 판매도 무시할 수 없다. 매거진 한경에 따르면 판다 관련 굿즈는 이전 대비 60%나 상승했으며 푸바오 1살 기념으로 출시된 이모티콘도 역주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귀여운 외모와 완벽한 세계관, 성장 서사가 IP 마케팅으로서 푸바오의 인기에 판을 깔아주었다면, 다양한 자체 영상 콘텐츠(자컨) 개발과 유튜브와 숏폼을 통한 유통, 그리고 팬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구축된 팬 생태계는 푸바오의 인기에 불을 지펴주었다고 볼 수 있다.
엔터급 애니멀 IP를 만들어낸 에버랜드
마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하나의 아이돌이 탄생하는 과정과 비슷한 푸바오. 아이돌이 성공하기 위한 포인트는 바로 성장 스토리와 멤버들 간의 관계, 이른바 케미이다. 푸바오는 여느 엔터 아이돌들의 우여곡절 데뷔 스토리처럼 엄청난 노력을 통해 태어난 아기 판다라는 스토리가 있다. 성장 과정 속 보여진 사육사들과 엄마 아이바오와의 다양한 관계, 그리고 곧 헤어져야 할 운명. 여기에 아이돌 못지않은 자컨 생산과 재생산이 가능한 수많은 영상, 팬 커뮤니티 구축 등 에버랜드는 동물 엔터테인먼트계에 하이브를 표방하는 듯하다. 실제 똑같이 판다를 임대하고 있는 일본에서 NHK가 알아낸 바로는 아기 판다로 인해 발생한 경제 효과는 27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즉, 성공한 IP는 아이돌 사업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푸바오와 에버랜드가 증명해낸 것이다.
가지 공장 한 줄 평
ㅡ 푸바오 신드롬으로 보는 IP 마케팅과 팬덤 마케팅, 그리고 동물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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