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에 퍼진 세계관 놀이.. 서서히 ‘준며들다’
대한민국이 최준에 ‘준독(최준+중독)’됐다. 한쪽 눈을 가리는 쉼표 머리에 느끼한 멘트와 혀 짧은 말투. 불쾌(?)하지만 설레는 매력은 나도 모르게 ‘피식대학’을 찾아보게 한다. ‘철이 없었죠. 커피가 좋아서 유학을 했다는 자체가..’ 그가 만든 메가 히트 유행어는 각종 패러디를 만들고 광고 카피라이팅까지 점령했다. 핫한 스타들이 거쳐가는 라디오스타는 물론이고 cf도 찍는 대스타가 되었다. 최준을 연기하는 본캐, 김해준은 ‘세계관 놀이’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현재 개그계에서 세계관 놀이가 핫하다.
재벌 3세, 이호창 미래전략본부장.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를 디테일하게 패러디하거나 실제 김 공장을 답사하는 등 재벌의 삶을 그럴듯하게 재연한다. 잘 짜인 세계관에 시청자들은 진짜라고 속는 척(?)하며 함께 논다. 얼마 전 세계관 속 ‘김갑생할머니김’을 실제로 출시했다. ‘아니, 어디까지 선 넘을 거야?’ 식품업체와 협업해 만든 ‘김갑생할머니김’은 11번가에서 인기상품이다.
세계관 놀이하면 빠질 수 없는 ‘매드몬스터’. 한발 더 나아간 이들은 보정 ‘필터’를 활용해 가상의 꽃미남(?) 아이돌을 만들었다. 과한 필터로 일그러진 이목구비.. 시청자들은 시치미 뚝 떼고 세계관에 참여하고 그들의 팬클럽에 가입한다. 매드 몬스터는 최근 ‘내 루돌프’ 음원을 발매했다. 광고와 화보는 물론이고 엠 카운트다운에도 출연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최준과 매드 몬스터를 메이저로 끌어올린 피식대학과 빵송국은 세계관 놀이와 그들만의 코드로 개그계의 붐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무대로 옮겨간 ‘웃음 경쟁’
작년 6월, 개그콘서트를 끝으로 지상파의 공개 코미디는 사라졌다. 줄줄이 폐지된 인기 코미디 프로. 더 이상 개그를 TV에서 찾지 않는다. 유튜브가 이제 더 자연스럽다. 일주일을 기다리던 공개 코미디와 다르게 유튜브에서는 매일매일 웃음거리가 쏟아진다. 나한테 맞는 개그를 골라 볼 수 있는 맞춤형 코미디! 거기에 제약 없는 주제와 실험적인 콘텐츠까지.. 코미디가 유튜브에서 뜨는 이유다
설 곳 잃은 코미디언들은 너도나도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그야말로 전쟁터. 공부왕찐천재, 홍진경과 같은 유명 코미디언만 있는 게 아니다. 3인조 개그 트리오, 보물섬과 같은 웃길 줄 아는 일반인까지.. 유튜브는 모두에게 기회의 장인 동시에, 조회수를 늘려야 살아남는 치열한 리그다. ‘하나만 걸려라..’ 선택받기 위해 각양각색 ‘유머 코드’를 뿌리고 있는 채널들. 몰래카메라, 성대모사, 토크쇼, 콩트 등 이미 웃기는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피식대학이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 풍자를 ‘유머 코드’에 담다
실시간 트렌드를 기막히게 잡아낸 피식대학은 유머 코드를 제대로 저격했다. B대면데이트에서 보여주는 ‘세상 물정 모르는 유학파 카페 사장’이나 ‘허황된 꿈을 좇는 래퍼’, '외제차 딜러', ‘주변에 저런 사람 꼭 있어’ 오버하는 듯하지만 절대 선을 넘지 않으며, 밉지 않게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 직업만의 옷차림, 습관이나 말투를 보며 공감하는 재미가 더해져 한층 업그레이드된 개그를 보여준다. 캐릭터에 녹아 있는 ‘현실 풍자’와 잘 짜인 세계관 속 완벽한 ‘현실 고증’이 그들만의 유머 코드! 거기에 탄탄한 세계관과 기획력은 피식대학이 살아남은 무기이다.
# 소재와 스토리, 연출력까지.. 개그의 급성장기!
개그의 본질인 풍자가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대상이 더 광범위하고 자유로워졌다. 공개 코미디에서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거물급(?) 인물을 풍자했다. 짧은 시간 동안 임팩트 있는 무대를 보여줘야 했던 공개 코미디. 지금은 다르다. 대통령이나 정치적 인물을 모사했던 과거와 다르게 최근에는 올리브영 알바, 동네 네일숍 직원을 흉내 낸다. 누가 더 우리의 주변을 잘 표현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풍자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개그의 소재는 물론이고, 요즘 개그는 다양한 채널로 인해 빠르게 소비된다. 밈(Meme)처럼 빠르게 뜨고 빠르게 진다. 발 빠르게 다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시청자가 자주 보고 재밌어하는 트렌드를 잘 알아야 하는 이들. 콘텐츠를 기획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코미디언 개인의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한사랑산악회의 아저씨 이택조, 재벌 3세 이호창과 매드몬스터의 ‘제이호’ 모두 이창호가 재해석하고 연기하는 캐릭터이다. 같은 사람이지만 부캐마다의 표현력과 연출은 재미는 물론이고 놀랍기까지 하다.
시대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가 되다
피식대학을 보면 유세윤이 떠오른다. 웃기는 건 물론이고 가수로 앨범을 발매하고, 광고 제작자로도 활동하는 유세윤. 코미디언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한 시대를 이끌었던 만능 크리에이터. 전유성부터 갈갈이 패밀리, 유세윤을 넘어 이제는 피식대학이 개그계를 이끄는 트렌드가 됐다. tv에서 유튜브로 매체는 바뀌었지만 지금 시대의 개그 플랫폼을 가지고 노는 진정한 크리에이터인 이들. 개그 콘텐츠의 소비가 더 빨라지고 플랫폼의 확장으로 인해 앞으로는 코미디언의 개념이 달라지지 않을까? 스토리를 쓰는 작가도 되고,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자에 기획하고 총괄하는 피디까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오디션을 보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가지공장의 한 줄 평
웃기기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유튜브 개그 생태계.
스토리를 짜는 능력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섭렵한 콘텐츠 디렉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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