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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종

'참! 잘했어요' 학습지, 매일매일을 기록하다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구독해봤던 구몬과 매주 숙제 검사 오시는 빨간펜 선생님. 학습지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물건으로, 인터넷 강의가 일상이 되고 책을 대신하는 교육 전용 태블릿의 발달로 학습지는 설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최근 ‘학습지 브이로그’나 ‘학습지 챌린지’가 자주 보일 정도로 다시 핫해지고 있다.

학습지 브이로그(유튜브)와 학습지 챌린지(네이버블로그)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야~ ‘늦깎이 학생’의 등장

유행을 이끈 것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다. 성인 학습지는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요즘 학습지는 다르다. 기존에 알고 있던 ‘학습지 빅 3’라 불리는 구몬, 눈높이, 씽크빅이 아니다.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직업과 폭넓은 연령층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


# 수강생이 인정한 예쁜 학습지, ‘미니학습지’

국내 최초로 독일어 학습지를 만든 미니학습지는 누구나 부담 없이 배울 수 있는 일상 언어를 다룬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총 11개의 외국어 중 선택할 수 있다. 회화에서 시작해 문법과 어휘까지 잘 짜인 커리큘럼은 초심자도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다. 현지 발음과 표현, 해설 등의 인터넷 강의도 제공해 ‘외국어 입문 교재’로 인기몰이 중이다. 미니학습지는 디자인 또한 다채롭다. 하나의 커리큘럼 안에서도 단계별 학습지의 색상이 다르다. 패키지 박스에 색깔별로 차곡차곡 들어가 있는 학습지는 잘 짜인 ‘한팩’을 받는 기분이 든다.

미니학습지 패키지(좌)와 가벼운학습지 구성(우)

# 패스트캠퍼스의 ‘가벼운 학습지’

‘정려원 학습지’로 이름을 알린 가벼운 학습지는 최근 광고모델을 장도연으로 바꾸며, '장도연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구찌(GUCCI), 롭스(LOHBs)와 아모레(Amore Pacific) 등 다양한 콜라보로 이름을 알린, ‘무직(無職)타이거’와의 협업으로 ‘한정판’까지 선보였다. 한정판 패키지에는 머그컵, 스티커, 파우치, 엽서와 테이프 등 무직타이거 캐릭터로 꾸민 특별 아이템이 10가지나 포함된다. 학습지 회사에서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잘 나가는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까지.. ‘가벼운 학습지’는 학습지의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그리고 있다.


'학습지가 달라졌다'

새로 태어난 학습지,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1. ‘문제집이야? 다이어리야?’ 자랑하고 싶은 아이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학습지스럽지 않은’ 디자인이다. 학년별 또는 난이도별 이름이 크게 강조돼있는 문제집스러운, 어지러운 표지가 아니다. 통일성 없는 각종 일러스트로 도배된 숨기고 싶은 디자인이 아닌 오히려 자랑하고 싶은 ‘힙’한 요즘 학습지. 따로 들고 다니고 싶고, 풀고 싶은 맛이 난다. 디자인에 민감한 2030을 타겟으로 하는 미니멀하고 트렌디한 패키지와 구성은 이제 기본이다. 거기에 플래너, 단어장과 학습 진도표 등의 다양한 활용 굿즈까지.. 한 박스 가득 들어있는 알찬 내용물은 ‘학습지 언박싱'을 따로 보는 재미가 있을 정도다.


#2.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나만의 ‘맞춤형 놀이’

하기 싫어서 억지로 하거나 부담되는 진도량이 아닌 말 그대로 ‘가벼운’ 학습지. 최근 어른용 학습지는 스트레스받는 ‘공부’라기보다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일상의 ‘취미’이다. 잘 짜인 커리큘럼과 바쁜 어른들을 배려한 학습일정은 자투리 시간으로도 충분히 전 과정을 완료할 수 있다. 패키지에 포함된 플래너와 학습 진도표는 취미생활을 한층 더 탄탄하게 서포트해준다. 거기에 개인의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커리큘럼은 누구에게나 풀기 적당한 난이도를 제공한다. 집이나 직장, 사회에 지친 어른들에게 학습지는 스스로 풀고 매기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이자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취미가 됐다.

보는 재미가 있는 학습지 언박싱(좌) / 외국어가 중심인 성인 학습지(우)
#3. 일상에서 써먹을 있는 ‘외국어 입문기’

영어 과목이 없는 어른용 학습지는 보기 힘들다. 잘 나가는 학습지 브랜드들은 모두 외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실용언어를 다룬다.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토익, 토플을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점수'가 아닌 ‘실용성’이 포인트이다. 점수가 필요 없는 어른들에게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실용언어가 자연스럽게 메인으로 떠올랐다. 영어, 중국어는 물론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써먹을 수 있는 기대와 새로움에 대한 설렘에 빠져든 어른들. 학습지를 통해 새로운 언어를 접하는 어른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공부도 손안에 있어’

온라인 교육 플랫폼 포화기,

시대를 역행하는 학습지에 열광하는 걸까?


#1. ‘교육계의 트렌드세터’, 패러다임을 바꾸다

타 브랜드나 유명한 캐릭터들과의 ‘콜라보’나 자체 ‘리미티드 에디션’은 이제 패션 브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컬렉션이 아니다. 지금의 어른용 학습지는 기존의 보수적인 학습지 이미지를 타파하는 것을 뛰어넘어 MZ세대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패션 브랜드와 같은 굿즈 전개와 화려한 상품 구성은 이제 기본이다. 공부하기 위한 문제집에서 사고 싶은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탈바꿈한 학습지. 좋아하는 캐릭터가 담긴 콜라보 굿즈를 갖기 위해 한정판 학습지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가벼운학습지의 리미티드 에디션(좌)과 콜라보 한정판(우)

한번 보면 안 살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마케팅 또한 한몫한다. 비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타일러’, 한국계 호주인 ‘정려원’, 최근에는 토익 900점의 영어 잘하는 개그우먼 ‘장도연’까지.. 외국어 하면 떠오르는 스타 모델을 찰떡같이 기용한다. 여기에 유명 유튜버나 파워 블로거와 같은 인플루언서의 믿을만한 후기는 기본이다. 3개월, 6개월, 12개월 등 기간별로 향상되는 언어능력을 보여주는 광고나 ‘월 2만 원으로 정복할 수 있는 외국어’와 같은 자극적인 멘트는 누구나 쉽게 외국어를 마스터할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눌러보게 만드는 광고들. 학습지 브랜드가 아니라, 트렌드를 실시간 반영하는 미디어 커머스 브랜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2. ‘나만의 습관 제조기’, 꽉 하루를 만들다

‘미라클모닝 챌린지’에 이어, ‘오하운(오늘 하루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장기간 프로젝트가 아닌 일상에서의 소소한 챌린지가 뜨고 있다. 덩달아 관련 앱도 인기 몰이 중이다. 자기 계발 프로젝트 # 그로우 , 못 지키면 벌금 내는 # 챌린저스 , 보증금 걸고 참여하는 # 카카오 프로젝트 100 등 목표관리 앱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음식, 운동, 독서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10분이라도 인증하고 습관을 만드는 MZ세대. 일상에서의 ‘좋은 습관 만들기’에 빠져있다.

챌린저스 (좌), 카카오 프로젝트 100 (우)

MZ세대가 선택한 좋은 습관, 학습지!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보는 두꺼운 영어서적이 아니다. 학습지는 1주일 분량의 얇은 한 권, 한 권이 모여 100일, 1년 등의 전 과정을 이룬다. 적은 양을 꾸준히 풀 수 있는 학습지는 습관 만들기에 딱 좋다. 정해진 분량을 매일 풀어가는 재미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고 남들에게 자랑하기도 좋은 최고의 ‘습관 일기’인 것이다.


눈으로 보는 매일매일의 확실한 ‘성취감’


MZ세대는 매일의 사소함으로 엄청난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 가령 끝이 예상과 다를지라도 크게 상관없다. 작은 성공을 이루어가는 그 순간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소확행'이 아닌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에 열광하는 이유이다.

가벼운 학습지 학습진도표와 스티커

한 권씩 차곡차곡 채워지는 책장은 매주, 매달의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된다. 진도표에 직접 붙이는 ‘완료 스티커’는 어린 시절 선생님께 받았던, ‘참 잘했어요’ 도장을 떠올리게 한다. 학습지에 녹아 있는 아날로그 감성은 과정의 경험을 즐기고 확인받길 원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일상에 활력을 주는 리추얼일 뿐 아니라 하루의 작은 성공을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습관 플래너’가 된 것이다.


어린이의 전유물이었던 학습지.

정체기에서 격변기를 거쳐,

‘어른들의 원픽이 되다’


최근 온갖 브랜드가 등장하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학습지. 레드오션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인 학습지 시장은 MZ세대를 겨냥한 외국어 분야에 특화돼있다. 대표적인 온라인 교육 플랫폼, Class101이 다루는 주제가 부동산 투자, 그림 그리기, 악기 배우기 등 일상으로 확장되었듯이, 어른용 학습지 시장도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 아이 공부를 도와주고 싶은 엄마들 / # 왕년에 수학 좀 풀었던 모범생들 / # 상식 퀴즈쇼를 챙겨보는 4050까지 외국어와 같은 실용 학습이 아닌, 기초공부와 풀이에 대한 니즈도 충분하다. 폭넓은 연령층과 다양한 학문으로 확장이 가능한 어른용 학습지. 부담 없이 풀 수 있는 일반 상식이나 음악, 심리상담 등의 교양분야는 물론이고 푸는 맛이 있는 수학이나 문학, 과학 등의 기초학문으로도 영역이 확장될 수 있다. 기계처럼 억지로 풀던 수학도 성인이 되고 나이가 들어서 공부하니 재미있다는 어른들도 꽤 많다. 교육 시장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성인 학습지는 그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카테고리의 확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습지를 얼마나 갖고 싶게 만드는지, 얼마나 빠져들게 만드는지가 포인트이다. 단순히 공부나 지식 습득에 초점을 맞춘 문제집 브랜드가 아닌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브랜드 혹은 몰입도가 중요한 게임 브랜드처럼 바라보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지공장의

학창 시절, 사줘도 억지로 풀던 학습지를 이제는 커서 주고 구독하는 어른들. 2030은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찾아서 구독하는 어른들의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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