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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예리

'얇은' 피 만두의 반란

얇고 투명한 '시스루 푸드' 시대가 왔다


얇은 만두가 뭐길래


국내 냉동만두 시장에 파란이 일고 있다. 2015년, '비비고 왕교자' 이후 굳건하게 업계 1위를 지켜왔던 CJ 제일제당의 입지가 흔들릴 위기에 처해 있는 중. 비비고와 맞불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초 강력한 라이벌 만두가 출시되었기 때문이다. 


‘큼지막한 왕교자의 왕’ 비비고에 도전장을 내민 주인공은 바로 풀무원의 ‘얇은 만두’! 기존 만두와 다르게 만두피를 1mm 이하로 두께를 줄여 투명하게 속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얇디얇은 만두피는 속이 꽉꽉 들어찬 푸짐한 만두소를 여실 없이 보여주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크나큰 신(新) 만두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였다. 만두를 싫어하던 사람들도 한 번쯤 ‘아, 먹어볼까’ 싶은 생각을 들게끔 한다는 화제의 얇은 피 만두. 찰나의 킬러 상품이라기엔 전조가 심상치 않은데, 그도 그럴 것이 풀무원이 이 ‘얇은 피 만두’는 출시 약 한 달 만에 120만 봉지를 판매하는 초 대박 판매고를 올렸다. 이 상품 하나로 업계 4위의 풀무원이 업계 1위 CJ제일제당을 위협하는 새로운 만두 강자로 올라서게 된 것은 물론이요, 이 센세이션을 심상치 않게 감지한 또 다른 만두 경쟁사들 역시 앞다투어 얇은 피 만두들을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얇은 피 만두 출시 전쟁은 비단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쿠캣은 물론 마켓컬리에 입점한 중소형 브랜드들까지 너도나도 이 거대한 얇피 만두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 얇은 피 유행이 만두로만 끝날 것 같진 않은 예감이다.


(우측 상단) 풀무원 얇은피 꽉찬속 만두 / (우측 하단) 쿠캣 쫄랑만두

(좌측상단) 얇은 피 만두 반응 / (좌측하단) 해태 굴림만두와 동원 얇은피 고기만두

만두광, 일반인, 남녀노소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친 ‘얇피’만두!


“왠지 더 맛있을 것 같아요 반투명한 얇은 피 속에 들어있는 토실한 만두소”

마치 습자지와 같은 0.7mm라는 두께로 풍성한 만두소를 입증한다. 거기에 조리-free 시대에 걸맞게 전자레인지나 에어 프라이기에 조리해도 딱딱하게 굳지 않는 쫄깃함을 더한 탄성까지! 가성비와 가심비를 두루 함양한 이 얇은 피 만두는 만두 덕후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심금까지 울리고 말았다. 


겨울 음식이라 인기라고? 쪄먹어도, 튀겨먹어도, 만둣국으로 해 먹어도 별미인 만두 특성상 참으로 다채롭게 조리한 후기들이 넘쳐난다. 다양한 조리방법은 다양한 후기를, 다양한 후기는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법. 만능 푸드 만두의 포지션을 제대로 이용한 얇은 피 만두는 계절을 거슬러 더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얇은 피 만두의 유행이 시사하는 얇고 꽉 찬 것들의 매력 포인트, 어디에서 왔고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얇고 꽉찬것들이 온다!



태초에 월남쌈이 있었다 - 얇고 꽉 찬 음식들의 계보


시간을 거슬러 가보자. 2010년 샤부샤부와 함께 몰아쳤던 월남쌈의 유행을 기억하는가? 각종 언론에서 웰빙식으로 다뤄졌던 월남쌈은 프랜차이즈 채선당까지 등장하며 인기를 가속화하였다. 한 움큼 싱싱하게 채 썬 야채들 위에 샤부샤부를 한점 얹어 큼직하고 쫄깃한 쌈을 만들어 한 입 베어 무는 액션은 한국 소비자들의 시각과 미각을 모두 만족시키기 딱 좋은 ‘얇고 꽉 찬’ 음식 유행의 시초였다. 이후 크고 작은 얇고도 꽉 찬 음식의 인기들이 지나갔다. 소소하게 속이 비치는 딤섬 유행이, 그 이후엔 극도로 얇은 피의 딸기(과일) 찹쌀떡 열풍이 한 차례 지나갔다. 국내까지 진출했었던 얇은 막이 톡 터지는 것이 특징인 코로로 젤리, 얇게 종이처럼 저민 떡에 싸 먹는 삼겹살집 등 여러 갈래로 계보를 잇던 ‘얇피 음식’은 현재 2020년에 이르러서 얇은 피 만두의 유행으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알차고 푸짐한 내용물을 속이 비치도록 얇은 막으로 감싸 먹음직스러움을 극대화한 음식 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실은 그 얇디얇은 막의 원조는 사실 두꺼운 형태라는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맛의 도톰한 반죽을 마치 시스루처럼 얇디얇게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새로운 충격과 함께 호기심과 식욕을 느끼고 있었다.



반죽의 한계를 시험하다, 말 그대로 시스루 푸드!


see through [패션] 얇고 비치는 소재를 사용하여 피부를 드러내는 실루엣이나 스타일.


패션계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시스루 형태가 음식과 결합했을 때, 그것이 주는 임팩트와 이슈는 예상보다도 어마어마하다. 시스루 푸드는 내용물을 감싸고 있는 얇은 레이어 자신이 음식 그 자체면서도 음식을 돋보이게 해주는 하나의 포장지처럼 작동한다. 말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선물 보따리, 쫀득쫀득한 투명 패키지인 것이다.


주목할만한 사항은 유행을 탄 시스루 푸드의 대다수가 아시아권 음식이라는 점이며, 열광하는 소비자들도 아시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내용물을 감싸는 식감의 쫄깃함과 비주얼에 따른 익숙함도 작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고, 쉽게 기대할 수 있는 맛을 하늘하늘하고 쫄깃한 한 겹의 레이어로 감쌌을 때 국내 소비자들이 쉽게 열광할 수 있다. 젓가락으로 집어먹을 수 있는 쌈이라고나 할까? 서양의 크레이프와 같이 몇 겹의 층이 주는 풍미가 중요한 카테고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얇고 투명하고 쫀득한 한 겹 안에 들어간 내용물을 기대하게 된다.


시스루 푸드는 어떻게 응용될 수 있을까? 작게는 내용물 혹은 필링의 효과를 극대화한 음식 메뉴가 필요할 때부터, 액션과 호응이 중요한 유튜브 및 asmr, 국가적으로는 아시아권 관광객들을 확보 수 있는 킬러 아이템을 만들고 싶은 상품에까지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루 푸드를 하나의 꽉 찬 내용물과 탄력적이고 투명한 포장재로 이루어진 물체로 바라본다면, 음식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토이, 뷰티, 제품과 연결된 패키지 등 기대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각/촉각을 하이브리드로 가져가는 콘텐츠까지도 확장이 가능하다. 우리가 아시아의 소울이 담겨있는 나라인 이상, 국내의 시스루 푸드의 유행 계보는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지공장의


반투명하고 쫀득한 레이어 안에 들어있다면 무엇이든 O.K

시각으로 한번, 액션으로 한번 소비자를 사로잡을 있는 ‘시스루 푸드’의 유행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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